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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비밀 보장(의료 현장에서의 도덕적 분쟁-2)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3/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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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의대 내과학교실 이충기 교수     ©후생신보

의사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비밀보장의 의무는 의료윤리의 신성한 의무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의무는 매우 엄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히포크라테스선서, 세계의학협회 국제의료윤리헌장, 각 나라의 의료관련 헌장에는 한결 같이 비밀보장의 의무가 법률적으로도 절대적인 의무로 명시되어 있다. 비록 비밀보장의 의무를 무시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할지라도 환자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그것을 무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의사들이 비밀보장을 절대 의무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현대에서는 의학적 비밀보장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며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의사들은 의학적 비밀보장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위협과 완화된 기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비밀보장을 유지하려면 스스로 의료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라거나 ‘의학적 비밀보장은 노후한 개념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의학적 비밀보장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의학적 비밀보장은 다른 사람들의 비밀을 존중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존중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도덕원칙은 없다. 그러나 의사들은 명백하게, 자발적으로 환자의 비밀을 지키기로 동의한다. 비밀보장이라는 도덕적 의무를 만들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것을 동의해야 하고, 둘째는 다른 사람이 첫 번째 사람에게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아야 한다. 따라서 정보를 준 사람이 그것을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비밀보장의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 단지 의사가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의사는 비밀보장의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왜 의사들은 환자의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해야 했을까? 만일 비밀보장 자체가 도덕적 선이 아니라면 그것이 지향하는 도덕적 선은 무엇인가? 의학적 비밀보장에 대한 가장 흔한 정당화는 바로 결과주의적인 정당화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때, 의사는 좀 더 나은,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고 더 나은 건강, 복지,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자신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기로 동의하지 않으면, 또 그 비밀을 지킬 것이라고 믿지 않으면 환자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말하지 않을 수 있기에 최선의 치료를 받을 기회가 감소되거나, 자신의 비밀이 알려지지 않을까하여 불안하게 느낄 것이다.

 

한편 의무론자들은 비밀보장의 정당성을 단지 복지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고, 자율성 존중의 도덕적 원칙 또는 사생활 존중의 원칙에 근거한다. 따라서 의학적 비밀보장의 원칙은 도덕적 목적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리주의자들과 의무론자들 모두에게 도덕적으로 바람직한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의학적 비밀보장은 절대적 원칙인가?일반적으로 의학계는 비밀보장의 의무가 강하기는 하지만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비밀보장을 해야 하는 의무에서 정당한 예외를 두고 있는 것이 단적인 증거이다.

 

의학적 비밀보장은 노후한 개념인가?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는 적어도 25명 이상이나 되는 의료전문가와 행정 직원들이 환자의 자료를 열어보고 사용해야 하는 정당한 필요가 있고, 사실상 직업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조사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의학적 비밀보장의 원칙이 노후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지나친 것이다. 따라서 의사에게 그리고 사회에 의학적 비밀보장의 원칙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개념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의사가 아닌 많은 사람들은 의학적 비밀보장에 대해 많은 예외가 있다는 것을 거의 모르고 있으면서도 의사들은 의학적 비밀보장의 요구를 존중한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의료계가 의학적 비밀보장이 절대적인 도덕적 요구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그것이 절대적 요구인 것처럼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학적 비밀보장에 대한 의사들의 이러한 양면성은 바람직하지 않은 냉소주의를 낳게 되는데, 이러한 냉소주의를 줄이는 한 방법은 의학적 비밀보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의료계가 알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들을 단지 열거만 할 것이 아니라 의학계와 사회가 일종의 ‘계약’ 형태를 맺어 예외의 범주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적 비밀보장의 의무에 있어서 예외들을 정당화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요약

 

의학적 비밀보장은 환자들의 치료를 향상시키고 자율성과 사생활을 존중하는데 기여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중요한 의료도덕적원칙이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 도덕원칙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져야 하며, 의학적 비밀보장에 대한 예외들은 정당화될 필요가 있다. 악행금지나 정의의 원칙에 근거한 예외들은 특수한 경우에 정당화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의학적 부권주의나 의학적 연구의 이익에 기초한 예외들은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에는 환장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려면 반드시 환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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