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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진실 말하기(의료 현장에서의 도덕적 분쟁-1)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6/0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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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의료윤리에서 중요한 도덕적 원칙은 자율성 존중의 원칙, 선행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그리고 정의의 원칙이다. 이 네 가지 원칙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도덕이론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도덕적인 분쟁은 여전히 피할 수 없다. 이런 분쟁은 의료 원칙들의 범위에 관해 의견을 달리 하거나, 또는 어떤 원칙이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데,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선행 또는 악행금지의 원칙 사이의 갈등이 주가 된다. 의료현장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도덕적 분쟁들 중이서 오늘은 의사가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문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많은 의사들은 환자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중한 환자에게는 진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까지 있다.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근거가 약하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환자들이 자신의 의학적 상태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며 의사가 정직하게 말해주는 것은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알고 있을 때만 행할 수 있는 ‘정말로 중요한 일들’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명백한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종종 환자에게 ‘큰 고통의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논리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의사는 환자를 이롭게 하고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적인 의무가 환자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보다 더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미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고통스러운 소식을 줌으로써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으며, 회복 가능성을 어둡게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행 또는 악행금지의 원칙이 환자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요구(자율성 존중의 원칙)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환자의 자율성 존중 하는 것은 칸트주의자들에게 최상의 도덕원칙이기도 하지만 복지를 극대화하고 불행을 극소화하는 것이 최상의 도덕원칙이라는 공리주의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도덕적 원칙이라는 것을 이미 언급한 바가 있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은 환자가 자율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절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으며, 또한 환자의 복지를 극대화 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의사가 더 잘 판단할 것이라고 가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특정한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환자의 복지를 향상시킬지 아닐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환자 자신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실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환자가 실제로 진실을 알고 싶지 않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에 의사는 적절한 질문과 대화방법을 통해 이것을 파악하는데 꼭 필요한 의료기술을 익혀야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논리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진실이 소통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사가 진실을 하는 경우가 드물거나 결코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며, 비록 진실을 안다고 할지라도 환자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힘들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들은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모든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것이 무의미한 이유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어떤 사람이 진실을 말하는 것과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를 혼동하는 것이다. 중요한 도덕적 문제는 의사의 의도와 관련되어 있다. 의사는 환자가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지 여부를 알아내고자 하는가? 환자의 소망을 들어주려고 의도하는가 아니면 환자를 속이려고 의도하는가? 환자들에 따라 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은 차이가 있고, 철학자들조차도 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경우 이런 문제들은 의사가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여부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와 무관하다.

 

세 번째 논리는 진실이 무서울 경우, 환자들은 진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의사는 환자의 소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논리이다. 그러나 여러 조사들의 결과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실을 듣고 싶어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근 서구의 의사들은 환자에게 암 진단을 말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중요한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나 의사가 무엇을 원하는 지가 아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최소한 일부 환자들이, 아마도 많은 환자들이 진실을 듣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에 세 번째 논리가 틀리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무심하게, 퉁명하게, 그리고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가리지 않고 진실을 말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여러 가지 도덕적 관점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적 규범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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