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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원칙들 - 정의의 원칙 (2)

(정의의 원칙과 의료자원의 할당)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6/01/11 [09:16]

의료윤리의 원칙들 - 정의의 원칙 (2)

(정의의 원칙과 의료자원의 할당)

후생신보 | 입력 : 2016/01/11 [09:16]
▲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후생신보

의료윤리에서 정의에 관한 문제는 광범위한데, 그 중 하나인 분배적 정의만 해도 그 범위는 굉장히 넓다. 우선 건강, 복지, 교육, 국방예산들 간의 국가자원을 분할하는데 관해 내리는 결정들인 거시할당 결정(macroallocation dicisions)이 있다. 그리고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과 특정한 환자들 사이에서 그 자원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미시할당 결정(microallocation dicisions)이 있다. 그 영역 가운데는 중간할당 결정(mesoallocation dicisions)이라고 불리는 것들도 있다. 이것은 할당된 국가 보건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한 병원에서 경쟁하는 전문 분야들 사이에서 의료자원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포함한다. 비록 결정의 범위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든 결정은 서로 경쟁하는 주장들을 어떻게 공정하게 중재할 수 있는가 하는 도덕적 평가에 기초하고 있기에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어떤 종류의 정의론에 기초하고 있다.

 

‘평등한 사람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고 불평등한 사람은 적절한 불평등에 따라 불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적 정의의 원칙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 원칙을 수용하는 것은, 의료자원을 도덕적 근거에 따라 배분해야 하며, 편파적이거나 자의적인 방식으로 배분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동의하는 것이다. 한편 형식적 정의의 원칙은 정의를 행해야 할 뿐 아니라 정의를 행하는 것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속성 상, 합의만 유지될 뿐 합의된 원칙을 일관되고 공평하게 실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 정의론은 ‘의료자원을 어떤 사람들에게는 좀 더 많이 할당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좀 더 적게 할당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적절한 불평등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이론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어떤 도덕원칙들이 우선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의 예를 들어 실질적 정의론을 간략하게 요약하고자 한다.

 

‘세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의료기계는 단 한 개만 있다면 어떤 기준으로 세 사람 중 한 사람에게 그것을 제공해야 하는가?’ 세 사람 중 가장 어린 사람에게 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이 가장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의 극대화) 가장 아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학적 필요) 가장 친절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친절한 사람이 잘 대우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공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수는 없는데 그것은 불공정하기 때문이고, 추첨에 의한 배분도 공평하지 않은데 그것은 가장 필요하거나 가장 젊거나 가장 친절한 사람이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보다 여왕에게 줄 수 없는 이유는 여왕은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

이 모든 대안들 중에 많은 의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가장 아픈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의학적 필요일 것이다.

 

의료적 자원분배의 기준인 의학적 필요

 

의학적 필요는 명백하게 마르크스주의적 정의의 기준과 서로 연결된다. (‘각자 그의 필요에 따라’) 그러나 불행히도 필요라는 개념은 명료한 개념이 아니며, 주장하는 필요가 함축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생명의 연장, 건강의 성취, 향상된 삶의 질 모두가 의학적 필요가 함축하는 가치들인데 이것들에 어떻게 순서를 매기고 선택할 수 있는가? 따라서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의학적 필요라는 기준은 분명히 의료자원을 정의롭게 배분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고 순서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료적 자원분배의 기준인 의학적 성공

 

또 다른 의료적 자원분배의 기준은 의학적 성공이다. 의학적 성공이란 기준은 의학적 필요의 기준에 효율성이라는 기준을 덧붙인 것인데, 이것은 공리주의적 정의론의 복지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의학적 필요가 가지고 있는 문제 뿐 아니라 어떻게 의학적 성공을 결정하고 측정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의료적 자원분배의 기준인 장점

 

가장 친절한 사람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이유는 친절한 사람들이 보살핌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한된 혈액투석을 한 사람에게 행해야 할 때,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결혼한 여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폭력적이고 반사회적 경향의 정신 이상이 있는 노숙자의 투석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한가? 어떤, 또 어느 정도의 환자의 개인적, 사회적 장점과 단점이 의료자원을 분배하는데 영향을 미쳐야 하는가? 한 사람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때 플레밍과 히틀러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전쟁 때 부상자 분류법 (triage)에서는 부상자들을 전투에 복귀시키는 것이 치료를 위해 확립된 의료군사적 기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평상시에 환자들의 비의료적 장점과 단점들을 근거로 해서 의료자원을 할당하는 것은 인정되어 질 수 없다.

 

의료적 자원분배를 위한 접근

 

의료자원을 할당하는데 어떤 기준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의사들이 그 문제를 회피하고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중에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은 주목을 끈다. 하나는 ‘만일 생명을 구하는 희소자원을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생명을 구하는 자원의 할당은 추첨이나 선착순(편파적인 조작이 없는) 체계에 의해 무작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로서는 아직까지 희소한 의료자원의 할당을 위한 다양한 기준들 중 어떤 기준이 언제나 도덕적으로 우선한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사실 그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에서 모든 가치가 함께 유지될 수 없을 때,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한다고 해서 정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궁극적으로 정의란 상충하는 요구들을 도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 간에 합의된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도덕원칙들과 형식적 정의의 원칙 차원에서 서로 상충하는 주장들을 적절히 고려한 다음, 어떤 도덕적 가치에 우선성을 부여하는 것이 가장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경우에 어떤 가치가 우선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실제적인 체계들이 세워지고, 그 체계들이 자율성존중, 선행, 그리고 악행금지의 도덕적 가치들을 고려하며, 그 체계적 심의적 구조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적 정의의 원칙을 포괄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체계들이고 그 심의 구조가 정의로운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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