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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14)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5/11/02 [09:17]

노태호 교수의 알기쉬운 부정맥 이야기 (14)

후생신보 | 입력 : 2015/11/02 [09:17]

심실조기수축 (1)

 

노태호 교수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 회장, 대한심장학회 이사, 감사를 지냈고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소생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 알기 쉬운 심전도 1, 2권, 영구심박동기 시술, 심장부정맥 진단과 치료(공저) 등이 있다. 매년 2월 ‘알기 쉬운 심전도’란 심전도워크숍을 19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닥터노의 심장과 부정맥이야기’란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아직까지 부정맥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운동이라고 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부정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심실조기수축이다. 심실조기수축은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부정맥이다. 중요성은 극과 극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경우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증상도 마찬가지다.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부터 당장 심장마비가 올 것 같다고 불안을 느끼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기외수축이란?

 

정상적인 심장의 박동은, 횟수가 분당 50-100회 정도이며 상당히 규칙적이다.

규칙성이 있다는 뜻은, 예상되는 시점에 심장 박동이 일어난다는 의미인데, 간혹 예상하지 않은 시점에 심장 박동이 일어나는 것을 기외수축이라고 한다. 대개는 예정된 시점보다 일찍 나타나 조기수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러한 조기수축을 만들어 내는 심장내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심방, 심실, 방실접합부(혹은 방실결절) 조기수축(혹은 기외수축)이라고 부른다. 즉, 심방에서 발생하는 조기수축은 심방조기수축, 심실에서 발생하는 조기수축은 심실조기수축인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심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예상 심실박동 형성시점(동결절에서 정상적으로 만들어낸 전기가 심실에 도착하는 시점이다)보다 일찍 전기를 만들어 박동을 일으키면 '심실조기수축(혹은 심실기외수축)'이라고 명명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심실조기수축의 심전도

 

아래의 심전도 둘을 비교해 보자. 위는 정상 심전도이고 아래는 심실조기수축을 나타내는 심전도이다. 우선 위를 보면 키가 크고 날렵한 QRS파가 아주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반면에 아래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QRS파를 비교하면 모양이 현저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QRS파가 위의 심전도에서 나타나는 것과 날렵한 모양이 비슷하지만 두 번째 QRS파는 우선 키가 더 크고 넓어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또 하나, 첫 번째 정상 QRS파와 두 번째 비정상 QRS파와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예상되는 출현시점보다 더 일찍 (조기에)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조기수축이다. 이렇게 조기수축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심실이나 심방 모두 가능한데 둘을 감별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조기수축 QRS파의 모양이 정상 QRS파와 전혀 다르면 (아래 심전도에서처럼) 바로 심실조기수축이다. 심방조기수축에서는 시간적으로 일찍 나타나지만 QRS파의 모양은 정상이다.


기외수축, 조기수축, 조기박동, 조기탈분극 뭐가 다른가?

 

답은 '다 같다'이다.

 

기외수축은 영문 학술용어로 'extrasystole'이다.

extra는 문자 그대로 '기외(期外)' 혹은 '그 외'이다. systole은 심장의 수축을 말한다. 따라서 기외수축은 정상적인 수축 이외의 수축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수축은 동결절에서 만들어낸 전기가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심실에 도착해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에 정상적인 수축이 아닌 경우로는 동결절이 아닌 심실, 심방, 접합부 등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기(早期)수축은 'premature contraction'의 우리말 번역이다.

premature는 '미숙성(未熟性)의'의 뜻을 가지고 있다. premature baby를 미숙아로 번역하듯이 premature beat는 심장수축이 예정된 시기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렇게 심장수축이 예정된 시기보다 일찍 일어나는데 이 전기의 원천이 심실이면 심실조기수축이 되는 것이다. 만일 이 비정상적인 전기의 원천이 심방이라면 심방조기수축이다. 어렵지 않다.

 

조기수축이 아닌 기외수축도 있을까? 있다. escape beat이 해당한다. 정상적인 전기활동이 예정된 시점에 나오지 않아 늦게라도 다른 곳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escape beat인데 이 escape beat을 심실에서 만들면 ventricular escape beat이다. 접합부에서 만들면 junction escape beat이다.

 

조기박동은 'premature beat'의 우리말 용어이다.

premature는 설명한 대로 이고 beat는 역시 '심장 박동'을 의미한다. 수축과 동의어이다.

 

기외수축(extrasystole)은 '정상적인 것 이외'의 수축으로 성질을 나타내며, 조기수축 (premature contraction)이나 조기박동(premature beat) 혹은 escape beat은 주로 시간적 의미가 들어있어 차이가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기외수축보다는 조기수축이나 조기박동을 더 많이 사용한다.

 

조기탈분극은 ‘premature depolarization’으로서 심근세포 단위에서 이완기에 있던 전위의 차이가 수축기에 없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수축이란 기계적 현상의 세포단위 전기현상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어렵기도 하고 실제 그리 많이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영어약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심실조기수축(ventricular premature contraction)은 VPC로 혹은 순서를 바꾸어 premature ventricular contraction(PVC)로 부르기도 하며, ventricular premature beat는 VPB로 줄여 부르는 수가 많다. 모두 동일한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심실조기수축, 생각보다 훨씬 흔한 부정맥

 

부정맥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는 매우 어렵다. 진단방법의 예민도에 따라 결과에 커다란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일반 심전도는 검사시간이 불과 수분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니 그 수분 내에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으면 진단이 불가능하다. 24시간 홀터모니터는 하루 종일의 부정맥 발생을 모니터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검사 당일 괜찮다면 역시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 부정맥의 발생이 이렇게 예측 불허이고 항상 나타나지 않으므로 정확한 역학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결과를 판단하는 데에 이런 제한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학자들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심실조기수축은 일반 인구 중 1-4%의 유병율을 가지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즉 100명의 일반인 중 한명에서 4명은 심실조기수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니 매우 흔한 부정맥임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정상인의 1%에서 일반 심전도로 심실조기수축이 나타났고, 24시간 - 48시간 홀터에서는 40 - 75%에서 심실조기수축이 발견되었다니 놀랄 정도로 흔하다. 심실조기수축은 나이가 들면 더 많아 지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11세 이하 소아에서는 1% 미만, 75세 이상에서는 69%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Premature Ventricular Contraction-Induced Cardiomyopathy. A Treatable Condition. Circulation: Arrhythmia and Electrophysiology. 2012; 5: 229-236)

 

심실조기수축은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부정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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