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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원칙들 – 악행금지의 원칙(2)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9/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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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장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후생신보

행위와 비행위

 

대부분의 의사들은 죽이는 것(행위)과 죽게 두는 것(비행위)의 구별이 의료윤리를 실천함에 있어서 유용하고, 적절하다는데 동의한다. 특히 이것은 치명적인 병에 걸려서 죽고 싶어 하는 환자들에게 잘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자발적 안락사를 지지하는 의사를 제외하면 의사들은 모두 환자를 죽이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환자를 죽게 둘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들은 생명을 구하는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더 빨리 죽을 것을 알지만 그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행위와 비행위 이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는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비행위보다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간단하지만은 않다. 재산 상속의 욕심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는 형제가 있다고 생각하자. 형은 실제로 아버지를 죽였고, 동생은 동일하게 아버지를 죽일 의사를 가지고 있는 차에 우연히 욕실에서 미끌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보고서도 죽을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자는 행위의 경우이고, 후자는 비행위의 경우라는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경우는 거의 동일하다. 이 상황에서 아무도 두 경우 사이에 도덕적인 차이가 있다고, 즉 동생이 형보다 죄가 덜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행위와 비행위의 구별, 죽이는 것과 죽게 두는 것 사이의 구별 자체는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죽이는 것과 죽게 두는 것의 도덕적 차이는 종종 환자를 이롭게 하는 것과 해롭게 하는 것의 차이로 보인다. 의사는 환자를 해롭게 하지 않을 책임이 있지만 이롭게 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올바르지 않다. 왜냐하면 의사가 된다는 것은 환자들을 도울 의무에 스스로 동의한다는 뜻이다. 사실 이것이 의학의 주된 목적이다.(선행의 의무)

 

행위와 비행위 이론에 반대하는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들이 제시된다.

 

첫째, 비행위 중에는 도덕적으로 죄가 있는 비행위도 있기 때문에 정의상 모든 비행위는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특정한 비행위를 비행위로 분류하기 전에 도덕적인 정보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 사람의 행동에 대해 도덕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그 사람이 한 행동의 결과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덕적 의무, 행위자의 의도 등)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도된 결과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셋째, 어떤 행위와 비행위는 절대 금지되어 있다. 특히 죄 없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죽이는 것은 절대 금지되어 있으며, 비행위에 의해 죽음을 초래하는 것 역시 금지 되어 있다. 한편 죽음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가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의도적 행위와 비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는 허용된다. 그리고 이 이론에 명백히 반대되는 예도 있다. 전쟁 중 한 병사가 함정에 빠졌고 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 병사가 죽어가는 자신을 고통을 면하게 해 달라며 총으로 쏘아달라고 동료에게 사정하였고, 동료는 그 탄원에 응답하여 병사를 총으로 쏘았다면 총을 쏜 동료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명백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하기 힘들 것이다.

 

이중효과 이론

 

행위와 비행위의 이론은 아니지만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2가지 도덕 원리가 있다. 이중효과 원리와 보통 수단과 특별 수단 원리이다. 이중효과 이론은 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악을 초래하거나 허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는 조건을 정하기 위해 아퀴나스가 주장하였다. 도덕적 정당성의 판단을 위해, 악을 의도적으로 초래하는 것과 악이 필연적 또는 개연적으로 행위 또는 비행위의 결과가 되는 것을 예견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 이론의 교훈은 단지 그 결과만을 가지고 행위를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행위를 실행하는 의도를 포함해서 행위가 실행되는 조건이 행위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의도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비록 어떤 사람의 행위에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의도를 아는 것이 그의 행위를 도덕적으로 판단하는데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중효과 원리의 실제를 살펴보자.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가 모두 있는 행위에서 다음 조건을 만족할 때에만 나쁜 효과를 가진 행위가 허용될 수 있다. 1) 행위 자체가 옳아야 한다. 2) 그 의도가 오직 좋은 효과만 산출하기 위한 것이다. 3) 좋은 효과가 나쁜 효과를 통해 성취되지 않아야 한다. 4) 나쁜 효과를 허락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발에 있는 악성 종양으로 생명이 위협 받는 환자를 구하려면, 발을 절단하거나, 장애, 화학치료 및 방사선 치료의 고통, 마취 시의 죽음의 위험 등의 대가를 치러야만 성취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 행위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하다. 반대로 치료 행위의 결과가 사실상 나빴기 때문에 행위가 나빴다고 결론짓는 것은 도덕적으로 미숙한 것이다.

이중효과 이론의 처음 3가지 요소들은 도덕적 절대주의를 반영하고 있기에, 도덕적 상대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호소력이 낮지만 그럼에도 각 요소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이중효과를 가지는 행위가 옳지 않거나 최소한 도덕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으며 그 행위는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중효과 이론은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할 때, 행위자의 의도를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덕 판단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 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만 악이 정당하게 행해지거나 악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과 2) 악은 심각하게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정당하게 행해지거나 악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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