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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원칙들 – 선행의 원칙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7/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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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의료 윤리를 논할 때 ‘환자의 이익이 언제나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선행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이것을 실제로 행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한 인간의 삶에는 서로 다른 많은 종류의 이해가 얽혀 있다. 자신의 이해뿐 아니라, 가족,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이해, 그리고 그가 속한 공동해의 이해들이 있으며, 또한 이것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거운데 한 사람의 이익이 언제나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참도 아니고 도덕적 명령으로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실 선행이 도덕적으로 의무인지, 또 어느 정도의 선행이 의무인지는 도덕이론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보다 환자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의료전문성(medical professionalism)의 선언에서도 이것은 명백한 원칙으로 제시되어 있다. 의사들의 선행의 의무는 이타심, 선의, 환자에 대한 동정심에 기반을 두는 것 같다. 분명히 의사들 중에는 돈, 명예, 권력을 위해 의사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존재하지만,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한 이타심과 동정심, 그리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 없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의가 진정한 선행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제약들은 다른 의료윤리 원칙들로서, 1) 자기가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제약이다. (즉 선행의 의무는 자율성존중의 의무에 의해 조절되어야 한다) 2) 자기가 주는 도움이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행의 의무는 악행금지의 의무에 조절되어야 한다) 3) 다른 사람의 소망 권리를 고려해야 한다. (선행의 의무는 정의의 의무에 의해 조절되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선행을 하고자 한다면, 실제로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종종 의사는 환자에게 물어보지 않은 채 환자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종종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또한 환자가 원하는 것과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서로 상충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발견하고, 환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이 왜 환자에게 더 이로운지를 설명하는 것이 선행의 의무이다.

 

한편 선행의 의무는 의사가 언제나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의사들은 자신의 도덕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의사 자신의 도덕 원칙에 위배된다면 그는 적절하게 그 행동을 거절할 수 있다.

 

악행금지의 의무도 선행의 의무를 조절해야 하는 요소이다. 의료행위 자체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만, 그 행위가 환자에게 심각한 해를 입힌다면 전체적으로는 환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의사들은 이런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치료 행위는 나쁜 효과와 좋은 효과를 비교해야 하는 ‘불완전 과정’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의사는 유능한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의학교육을 받아야 하며 계속해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족한 의사소통기술은 환자들에게 해를 입히기 쉽기 때문에 악행금지의 의무는 적절한 의사소통기술을 요구한다. 한편 선행의 원칙은 의사에게 친밀함, 따뜻함, 배려 등의 평범하고 전통적인 미덕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선행의 의무는 정의의 의무에 의해 조절되어야 한다. 만일 모든 의료 자원이 환자들 중 특정한 일부(부자, 특정 인종, 특정 정당, 의사가 선호하는 사람)를 위해서만 사용된다면, 그런 치료가 얼마나 탁월하든, 얼마나 해를 입히지 않고 이익이 되든 간에 그 치료는 불공정하게 분배되었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하다. 의료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의료자원이 정의롭게 배분되어야 한다. 이런 정의의 문제에 있어 의사들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딜레마의 한 면은 의사는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면서 그로 인해 부족하게 되는 의료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일이 나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의사로서의 선행의 의무가 정의의 의무보다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딜레마의 다른 면은 의사가 ‘내 환자’의 건강 뿐 아니라, 미래의 환자를 포함하는 모든 아픈 사람들의 건강을 그들의 도덕적 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한다면, 이미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환자에게서 의료자원을 삭감하고 다른 사람에게 재분배해야 하는 것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가 전자를 더 선호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한편 모든 사람을 위한 공정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의사나 의학계가 행사하고 있는 의료자원의 분배에 대한 통제권을 줄이려고 하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정의의 문제는 의학계가 회피하고 싶은 분야이다. 그러나 우리 자신들이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의료행위에서 선행의 원칙은 중요하다. 의사들의 선의가 환자의 자율성 존중, 악행금지의 원칙, 그리고 정의의 원칙에 의해 조율되고 제약될 때 진정한 선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있으면 나와주세요!”라는 비행기내 방송이 있을 때 우리는 당연히 선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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