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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원칙들 – 자율성존중의 원칙 (2)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6/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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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자율성 준중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의사확인(동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의사들은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이는 여러 가지 실례들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그 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데 충분히, 그리고 전적으로 동의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자가 이미 그런 자율적인 선택을 했을 때, 환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환자 대신 결정을 내리는 의사는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는 의료에서의 또 다른 원칙인 악행금지의 원칙과 선행의 원칙이 결정에 주된 역할을 한다.

 

물론 여기서 악행금지와 선행의 원칙들은 정의를 생각하면서 조절되어야 한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그 자체로 다른 사람들의 자율성을 고려하야 한다는 필요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에서의 도덕 원칙은 절대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악행금지, 선행, 정의의 원칙과 충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충돌이 있는 경우에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미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환자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환자가 자율성이 없거나 상당할 정도의 손상된 자율성 혹은 불충분한 자율성을 가진 경우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나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가진 경우이다. 문제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과 장애가 개인의 자율성을 손상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율성이 존중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자율성에는 세 가지(행동, 사고, 의지) 요소가 있는 데 이것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행동의 자율성이 손상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손상이 심하더라도 자율성 존중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못한다. 사고와 의지의 장애는 없지만 육체적 장애가 있어서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율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고 또는 의지의 자율성 또는 두 가지 자율성이 모두 심하게 손상되어 있을 때는, 다른 의료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그 환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환자를 이롭게 하는 의료적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있으며 사실 이것은 의사의 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심한 정신적 장애를 가진 성인이 맹장염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사는 맹장염 수술을 받게 해야 한다.

 

한편 의지의 자율성 손상은 조금 복잡하다. 의지의 손상은 내재적이거나 외재적일 수 있다. 의지의 외재적 손상은 강요라는 문제를 포함한다. 우리가 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 외부의 압력의 정도나 양상에 따라서 의지의 자율성이 손상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돈을 준다는 것 때문에 참여한 경우에는 의지의 자율성 손상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 때문에 참여한 경우에는 명백히 의지의 자율성이 손상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증, 스트레스, 우울증 등과 같은 내재적 압력도 자율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에게 남아 있는 자율성을 무시하는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의료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환자의 자율성 문제는 명확하게 정의될 문제는 아니다. 불행히도 위의 예들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환자가 자율성을 존중 받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대답해주지 못하며, 그것을 누가 결정하는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한편 민주적이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이 기준이 높지 않고, 아주 낮은 자율성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이런 사회의 자율성 기준보다 더 높거나 더 낮은 기준을 설정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의료행위에서 최소한의 자율성 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의사들은 이들의 자율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자율성이 손상된 환자에서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환자 대신 결정하는 대리인이 필요하다. 환자가 사전에 지정한 사람, 환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또는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사가 이런 제안을 실행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없으면 의사는 이런 제안을 실행할 특권이 없다. 따라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문제에 있어서 의료계와 사회 간에는 더 많은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

 

환자를 대신하여 대리인이 의료에 대한 결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가족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며, 오히려 환자에 대한 애정 때문에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의 특별한 상황을 대비해서 자신의 의사를 미리 표현해두는 방법으로 가장 흔하고 유용한 것은 Living Will (생전 유언)이다. 일반적으로 유언은 죽음 이후에 효력을 발생하지만 유일하게 이것은 살아 있을 때 효력을 발생한다. 1990년대 이후부터 미국 등에서 Living Will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환자의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가능한 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최소한으로 구현하는 의료 현장에서의 형태는 Informed Consent와 Living Will 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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