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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3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5/03/02 [09:23]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43

후생신보 | 입력 : 2015/03/02 [09:23]

흔들린 아이(shaken-baby)

 

엄마 아빠가 네 살 난 남자 아이를 데리고 진료실에 왔습니다.

아이가 눈을 깜박입니다.”

한참을 들여다봐도 아이의 눈 깜박임이 보통 아이들과 별로 다른 게 없었습니다.

언제부터요?”

“2주일 됐어요.”

저는 별로 잘 모르겠는데요?”

보통 때는 괜찮은데, 밝은 곳에 나가면 눈을 깜빡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2주전에 가족들과 놀러 갔는데 아이 아빠가 아이를 업어 준 다음에 그래요.”

 

아이들이 눈을 깜박이는 증상은 매우 흔하면서도 주의를 요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눈썹이 찌를 때인데, 그 외에 각막에 미세한 염증이 생겼거나 일시적인 틱 장애의 일종으로도 생깁니다. 눈이 바깥으로 벌어지는 외사시가 있을 때에도 생긴다는 점이 중요한데 외사시는 한 눈의 시력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개 이런 경우는 증상이 오래 전부터 계속된 경우가 많으며, 지금처럼 딱 언제부터급성으로 생겼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시력도 정상이고, 각막염도 없고, 눈썹도 찌르지 않고, 사시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눈 속을 보니 망막의 중심부 근처에 작은 출혈이 있었습니다.

혹시 눈을 다친 적은 없나요?”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없어요.”

혹시 아이를 업어주면서 어떻게 했나요?”

아이 아빠가 아이를 업은 상태에서 아이가 뒤로 넘어가려고 하면 탁 잡아주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그걸 너무 좋아하는 거에요. 둘이서 신나서 깔깔거리며 계속 했어요. 그러더니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더라구요. 한참을 쉬었는데, 다시 아이는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부터 눈을 비비고, 깜박거리는 거에요. 하루 이틀 지나니까 조금 뜸해져서 좀 두고 봤지요. 그런데 지금도 깜박거려요.”

 

1928년에 아이크맨(Aikman)이 괴롭힘을 받은 아이의 눈 속 망막에 출혈이 생기는 것을 관찰을 한 후로 아이의 뇌에 충격이 가해지면 눈 속에 출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뇌출혈이 생긴 아이들 눈을 검사해 보았더니 망막에도 출혈이 생긴 경우가 꽤 많았지요. 그러다가 흔들린 아이의 눈 속에 심한 출혈이 생긴 경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Guthkelch 1971) 흔들린 아이란 아이의 몸통을 잡고 앞뒤로 심하게 흔들 때 아이의 머리가 앞뒤로 젖혀지면서 손상을 받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서 머리를 흔들게 되면 눈이나 뇌에 출혈이 생기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 아이도 혹시 업힌 상태에서 고개를 뒤로 홱 젖히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흔들린 아이와 유사한 출혈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망막에서 출혈이 생기는 또 다른 위험한 원인들이 있기 때문에 피검사를 해 보자고 했습니다.

 

아이들 망막에 피가 나는 또 다른 원인으로 빈혈, 응고기전의 이상, 전해질 균형 이상 등이 있고, 심한 경우 뇌수막염이나 백혈병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혈액 검사에는 이상이 없었고, 망막출혈의 위치도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을 침범하지 않아서 시력이 괜찮았기 때문에 지켜보자고 했지요. 아이는 아마도 망막출혈 때문에 눈 앞에 뭔가가 가리는 점이 있어서 깜박인 것 같았습니다.

두 달 정도 지나서 다시 만났는데 그 때는 망막출혈도 흡수되었고, 더 이상 깜박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 아빠는 이제 얌전하게 놀아주겠습니다.” 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자주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모험심을 키워줘야 하지만 안전한 보호 속에서 이루어져야겠지요. 아이들은 미래의 귀한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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