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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원칙들 – 자율성존중의 원칙 (1)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5/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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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기 교수(영남의대)     ©후생신보

의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윤리적인 행위를 함에 있어 기본이 되는 원칙들이 있다면 자율성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그리고 정의의 원칙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되는 원칙이 있다면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라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아서박사 사건에서, 그를 법적으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도덕적 주장의 중요한 부분은 ‘의사가 자신의 견해를 부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사의 역할은, 부모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있고, 악의가 없다면,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주는 것이고, 부모가 내린 결정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한다.

 

자율성존중의 원칙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유와 자율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하며, 자율성과 자율성존중의 원칙도 구별되어야 한다. 자율성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또 그것에 근거해서 결정하는 능력이다. 자율성은 자유의 일부이나 모든 자유가 자율성은 아니다.

 

우리는 동물들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상태라면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으나 자율성을 가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자율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이야기한 ‘이성’을 사용한다는 뜻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자율성은 생각의 자율성, 의지의 자율성, 그리고 행위의 자율성으로 구별된다. 생각이나 의지의 자율성과는 달리 행위의 자율성의 경우에는 자율성존중에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 명백하다. 자율성존중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하라는 도덕적 요구이다. 그러기에 의무론의 대표자인 칸트도, 공리주의 의 대가인 밀도 자율성존중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원칙에서 자율성에 대한 제한 조건들을 제시하였다. 밀이 제시한 제한은 다른 사람들을 헤치지 않고, 자율성을 존중 받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성숙함을 가질 때이다. 칸트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인격에 있는 인간성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도록 하는 제한을 주장한다.

 

의사들은 때때로 자신의 환자에게 부권주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즉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것일 때는, 환자들의 즉각적인 소망에 어긋나는 일을 하거나, 묻지도 말고, 심지어 속이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때로는 자녀의 의지에 반해서, 말하지 않거나 속이기까지 하면서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듯이 의사도 환자에게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도덕적 요구가 언제나 정당화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몰론 어떤 환자들은 의사가 자신에게 어떤 나쁘거나 불쾌한 정보를 제공하지 말고, 자신의 병에 대해 모든 결정을 내려주기를 진정으로 원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의사가 그렇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며, 의사의 그러한 행동이 반드시 그 환자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생명을 연장시킨다고 가정하는 것도 모두 사실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환자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종종 가정하지만,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기술,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의사의 부권주의적 행동을 정당하다는 두 번째 주장은, 환자들이 의학적 문제에 관해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무지하고, 지식이 부분적이고 편파적이어서 설명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들보다 나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누가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인데, 의사가 환자보다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다. 다시 말해 의사들은 의학적 영역 혹은 기술적 영역에서 환자보다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은 있지만, 도덕적 영역에서는 의사가 환자보다 더 좋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술적, 의학적 평가의 경우에도 실제로 많은 다른 의사들이 자신보다 훨씬 더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더 효과적인 의사소통 훈련을 받거나 그런 능력을 가진 동료에게 의사소통을 위임함으로써 옳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성을 도덕적으로 궁극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칸트주의자들과, 인간 복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많은 공리주의자들이 의학적 부권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율성존중의 원칙은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의료윤리적 기본원칙이며, 이는 최근(2002년)에 제시된 의료 전문성 (medical professionalism)의 기본 원칙에도 포함되어 있다.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즉 자율성존중의 원칙을 의료현장에서 가장 적절하게 구현하는 방법은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 (informed consent) 이다. 이미 의료 선진국에서는 보편화 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필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어떤 검사, 시술, 그리고 수술 등을 할 때 필요한 이유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을 말한다.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이라는 조건이 법률적으로 상당히 애매하고 의사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부권주의적인 입장이 아닌, 내 가족에게 일어난 질병에 관한 문제를 가족 구성원에게 설명할 때를 가정해 본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한편 이렇게 중요한 자율성존중의 원칙이 환자 자신에 의해서, 언제나,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가?에 대한 이슈는 다음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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