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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환자의 인간성 회복
(영화 플라이트에서의 주인공의 삶)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3/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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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호 교수 한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알코올 중독은 술을 몸이 망가지는데도 계속해서 많이 먹는 병입니다.중독자자 술을 먹는 이유는 무척이나 다양하여 하늘의 별 만큼 많다고 합니다.
 
이유라기보다는 핑계에 가깝기 때문에 그토록 다양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 같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몸을 망가트리고잘 알려진 간에 대한 해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추신경을 피폐화 합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그 어떤 치매보다도 빠르게 진행하여 뇌의 모든 기능을 다 망가뜨려 버리며 환자의 상태는 끔직하리 만치 황폐화 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만성질환전문 병원에서 생활하게 되는 운명을 가진 처절한 질병입니다.
 
생물학적인 견지에서 알코올 중독을 이해하고 치료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입장입니다. 뇌가 술을 갈망하는 안타까운 운명을 가진 인간을 공감하고 도와주는 일은 정말 힘들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건져냈다는 보람을 느끼게 하고 참으로 이는 의사의 삶에서 고귀한 경험이 될 것 입니다.
 
공감이 필요한 것은 환자를 대하는 모든 순간이지만 특히,알코올 중독 환자에 대해선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우연히 일요일 아침에 소파에 누워서 주문형 TV 를 통해서 본 ‘플라이트’라는 영화에선 알코올 중독 환자들의 인간성 회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중독자의 낙인은 술을 먹지 않고 지낼 때에서 따라 다닙니다. 많은 사람들은 중독자는 구제불능이며 쉽게 거짓말을 하고 약속을 어기는 짜증나는 사람들로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 속엔 여전히 인간성의 회복을 기원하는 방황하는 영혼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간성의 회복과 승리의 기록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듯 합니다.
 
이 영화는 2012년도에 나온 영화입니다. 감독은 비행기 조종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고 실제 ‘허드슨 강의 기적’ 이라는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새떼와 충돌해서 추락 위기에 있던 비행기를 뒤집는 기지를 발휘해서 155명 승객 전원을 살린 일이 라고 합니다.
 
영화는 가볍고 유쾌한 비행조종사의 하루에서 시작합니다. 애인과 함께한 불타는 밤을 지내고 숙취 상태에서 호텔방에서 깬 주인공은 민항기 조종사인데 놀랍게도 아침 일찍 일어나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조종간을 잡습니다.
 
이런 상태로 폭풍우가 몰아쳐 불량한 기상상태에서 만용인지 자신감인지 판단이 안 서는 탁월한 비행기술로 이륙에 성공합니다. 구름위로 올라서 안정된 비행상태가 되자 의기양양한 주인공은 승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지만 다시 해장술을 마시듯이 술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또 술을 마시고 조종석에서 골아 떨어집니다.
 
이런 주인공의 행동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승무원들은 걱정스럽지만 덤덤하게 받아드립니다. 처음으로 주인공과 함께 비행에 나선 바짝 긴장한 신참내기 부기장에게 조종간을 맡기고는 천하태평으로 잠에 빠져든 사이 도착지에 도달해서 고도를 낮추고 착륙을 해야 하는데 잠에 깊이 빠져든 주인공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부기장이 고도를 낮추는데 기체는 곤두박질치고 조종이 불가한 상태에 빠지고 그제서야 잠에서 깬 주인공은 본능적인 비행기술을 발휘해서 기체를 뒤집어 수평을 유지하고 넓은 벌판에 동체착륙을 시도하여 대부분의 승객을 구해냅니다.
 
술만 없었다면 이 사건으로 영웅이 될 수 있었는데 중독자인 그의 인생에서 술은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환자의 시점에서 보면 이 일만 없었다면 인생은 술과 함께 아무 탈 없이 아름답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철저한 당국의 조사로 기내에서 누군가 술을 먹었음을 알아냅니다. 기상악화로 기내 음료서비스가 금지된 상태에서 쓰레기통에서 보드카 병이 발견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술은 승무원이 먹었다는 얘기가 되고 결국 진실을 알면서도 주인공과 항공사를 변호하려는 사람들은 죽은 2명 중 주인공과 애인관계에 있었던 여승무원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울 것을 강요합니다.
 
이것만 넘기면 모든 혐의는 벗고 영웅으로 살 수 있게 될 겁니다. 청문회에서 그 술은 죽은 애인이 먹었다고 말만 하면 영웅의 삶이 현실로 될 것 입니다. 운명의 청문회 날,주인공을 호텔에 가두어 놓고 술을 못 마시게 합니다. 주인공의 호텔방에도 술은 한병도남기지 않고 치워버리고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하지만 뭐에 단단히 홀린 듯 하필이면 중요한 이 날밤 옆방을 침입해서 술을 발견하고 마시고 취해버립니다.
 
거의 모든중독자들은 신뢰를 잃고 살아갑니다. 냉대와 비웃음, 비난이 익숙하며 뭉개진 자존심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새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원하지 않았던 관심은 부담스럽기 조차하고 그냥 날 내버려 두고 술꾼이고 구제불능인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소망이 절실합니다.
 
청문회 전날의 음주패악은 이런 절실한 소망을 웅변적으로 행동화 한것이며 또한 이어지는 청문회장에서의 폭로성 고백(비행시 음주사실을 시인하고 청문회장에도 취해서 나타난 것이라는 고백)으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줍니다.
 
하루만 참았다면 술을 안 먹고 시키는 데로 거짓말 한번 (중독자로 살면서 한 수많은 거짓말을 했을 텐데)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거짓말과는 달리 이번의 거짓말은 모두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 같지만 정작 주인공의 영혼은 갈갈이 찢겨져 나갔을 것입니다. 그간의 인생에 점철된 수많은 비열한 거짓말 중 정점을 찍는 샘이 되었을 것이며 어떻게 합리화를 해도 이것은 자신의 과오를 덮고 살아남기 위해 망자를 욕되게 하는 일입니다.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신을 주인공은 받아드릴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부하기 위해 청문회에서의 폭로는 다름 아닌 주인공의 영혼을 살려내고 인간성을 지켜내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섣부르게 하는 추측이지만 아마도 주인공은 이후에 중독을 극복해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간성의 회복을 이룬 그가 못 해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서 그렇습니다.
 
이 영화에서 보듯이 알코올 중독의 더 무서운 면은 ‘영혼’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술은 즐거움을 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술이 목적이 아닌 수단일 경우인데 하지만 알코올 중독이 되면 얘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술은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되며 인간관계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가 되며 거의 모든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신뢰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의 걱정 어린 충고를 부정하고 술을 쫓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시작하는데 ‘매일 마시는 것은 아니다’ ‘그냥 소주 한잔 했을 뿐이다’ ‘다음날 멀쩡했고 일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등등의 변명을 합니다. 비난에 강하게 반항하며 문제를 축소하고 숨겨서 부인하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는 듯 해도 불신하고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저 이 정도에서 머물렀다면 ‘짜증나는 알코올 중독자’로 남게 되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계속되고 알코올 치료를 위해 금주동맹 모임에 갔을 때 자신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부정하는 모습처럼 모든 인생의 문제를 외면하고 망각하면서 ‘행복한 알코올 중독자’의 인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주인공의 인생은 이 사고로 외견상 위기에 봉착한 것 같지만 사실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며 거짓되지만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기회를 차 버린 것이 아니라 고결한 영혼을 회복하고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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