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의사에서 도덕적 선택과 양심
후생신보 기사입력  2015/03/16 [09:52]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영남의대 내과학교실 이충기 교수  
의사는 질병과 관련된 의학적 지식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환자에게 이를 잘 적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의사가 질병 치료를 위한 선택을 할 때에는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늘 의사는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에 근거한 정보를 알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다루어야 하기에, 인간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합니다.

우리들이 의과대학에서 임상의학을 처음 배울 때 스승님들은 ‘환자의 질병을 보지 말고 그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보라’라는 말을 가장 먼저 가르치셨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나머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임상의사가 된 후에도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때문인지 우리의 관심은 병을 진단하고 원인을 찾을 때 과학적인 사실이나 인과관계, 그리고 치료를 권할 때도 냉철한 과학적 분석에 치중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료 현장에서도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선택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사로서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서 무관심할 때가 많습니다.

조선시대 의서에 보면, 가장 훌륭한 의사는 말을 잘 하는 의사이고, 두 번째는 발품을 잘 파는 의사, 그리고 마지막이 약을 잘 쓰는 의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말을 잘 한다고 하는 것은 달변이라는 뜻이 아니라 알기 쉽게 설명을 잘 하는 의사라는 뜻입니다.
 
현대에서도 환자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의사는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입니다. 이런 훌륭한 의사는 단순히 의료적인 지식을 잘 설명한다는 것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환자를 고귀한 가치를 가진 인간으로서 바라보며, 환자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같이 고민해주는 의사가 진정으로 훌륭한 의사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의사가 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먼저 인간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 역사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다시 말해 성숙한 인격이 밑바탕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의과대학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고, 이것을 위해 의학도들에게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르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후배들은 우리보다는 더 훌륭한 의사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인문학 계열의 과목들이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에 치우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는 합니다. 무엇보다도 의사로서의 배움은 의과대학 시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졸업 후에 의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부터 시작되는 의료인문학적인 이 칼럼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의료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훌륭한 분들의 옥고를 통해 우리들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으리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일생을 지나면서 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항상 선하고 좋은 것만 선택하며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의 삶에서는 반드시 옳은 선택만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에 늘 아쉬움과 후회가 있기 마련이지요. 특별히 의료행위를 해야 하는 의사로서는 자신의 삶을 위한 선택 뿐 아니라, 환자분들에게 검사나 치료를 위한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먼저 C.S. 루이스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도덕적인 선택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선택을 하는 행위가 있고, 둘째로는 그 선택의 원재료가 되는 다양한 감정과 충동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선택의 재료들을 심리적 재료라고 합니다.
 
그런데 심리적 재료에도 두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들로 이루어진 ‘정상적인 재료’와 둘째로는 잠재의식에서 무엇인가 잘못되는 바람에 생긴 자연스럽지 못한 감정들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재료’입니다. 정신분석학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생긴 비정상적인 감정을 제거함으로써 실제로 우리가 선택을 할 때 더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선택 과정을 거치더라도 그 사람의 심리적 재료가 잘못되었다면, 그 선택의 결과가 나쁜 것은 죄가 아니라 병이기 때문에 치료의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경우에 도덕적인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행위 그 자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선택이냐를 판단할 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가진 원 재료보다는 그 원 재료로 어떤 행동을 했느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이를 의사들의 경우에 적용을 해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의사들이 하는 도덕적 선택 행위를 할 때, 선택을 위한 그 원재료가 잘못되어 있는 의사들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할 때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도덕적 선택 행위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선택은 어떻게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양심에 따라 판단합니다’ 일 것입니다. 양심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해야 한다는 부담입니다. 우리는 이런 의미에서의 양심을 언제나 따라야 합니다.

양심의 두 번째 의미는 옳고 그른 내용에 대한 판단 부분입니다. 이것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즉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서도 그 일을 행하거나, ‘그것은 옳다’라고 판단하고서도 그 일을 행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도덕적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행위를 할 때,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느냐’의 여부는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은가를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됩니다.
 
한편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판단하거나,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는 판단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잘못된 도덕적 행위를 한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양심의 찔림 여부는 행위의 도덕적 정당성에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건전한 양심’을 가지는 것은 도덕적 선택을 함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건전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그 양심에 따라 행하는 것이 올바른 도덕적 선택이 된다는 뜻입니다.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은 이성을 사용해서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이성을 통해서 참과 거짓을 판단하려면, 먼저 오감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즉 경험이나 권위를 통해 어떤 사실을 인지하는데, 여기에는 ‘직관’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직관들이 연이어 생겨날 수 있도록 배열하는 기술을 통해 그 사실이 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직관은 ‘참’을 참으로, ‘거짓’을 거짓으로 인식하는 순수한 정신 활동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런 직관이 잘못되어 있다면, 다시 말해 붉은색을 희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내리는 판단의 오류는 바로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순수한 직관이 결여된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참’과 ‘거짓’에 대한 판단의 오류를 교정하는 것은 경험이나 권위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순수 직관들을 잘 배열하여 추론하는 과정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가끔 TV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전혀 굽히지 않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들의 오류는 경험이나 권위를 무시한 채, 또 논리적으로 직관들을 배열하지 않은 채, 자신이 내리는 판단이 곧 직관이라고 오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직관은 이미 자신의 사욕에 사로잡혀 원래의 순수 직관이 흐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양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양심에서의 직관은 자신이 하고 싶거나 하기 싫어하는 마음으로 인해 그 순수함을 잃을 여지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의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반드시 행하는 양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의사는 옳고 그른 것을 잘 판단할 수 있는 건전한 양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적 판단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순수한 도덕적 직관이 자신의 이익이나 욕구 때문에 흐려지지 않도록 부단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필자의 다른기사메일로 보내기인쇄하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후생신보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