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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5

후생신보 | 기사입력 2014/11/20 [10:15]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35

후생신보 | 입력 : 2014/11/20 [10:15]

 눈 속에 기름 넣고 시력이 정상이라면
 
고등학교 1학년 축구선수 한 명이 응급실에 왔습니다. 오늘 시합 도중 강하게 날아온 축구공에 눈을 맞은 후 갑자기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을 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별이 보이는 증상은 눈 속에 벽지처럼 발라져 있는 필름 즉 망막이 자극되는 증상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망막박리가 있었습니다. 망막박리란 망막에 생긴 구멍으로 눈 속에 있는 물이 스며들어가서 망막 뒤에 고이게 되고, 망막은 벽에서 들뜨게 되어 그 부위가 보이지 않게 되는 병입니다. 이 남학생은 망막에 작은 구멍이 100개 이상 뚫려서 망막 한 면이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그 날 저녁 응급수술을 시행했습니다. 눈 속에 있는 유리처럼 투명한 풀 같은 물(유리체)을 제거하고(유리체절제술) 눈의 적도부위에 스펀지를 둘러서 조여서 눈을 눈사람처럼 만들어주었습니다(공막돌륭술). 유리체를 제거한 눈 속에 특수한 물 BSS(balanced salt solution)을 주입한 후 망막에 생긴 구멍 100개 모두 일일이 레이저광응고술을 시행했습니다. 구멍 주위에 흉터가 생기면 더 이상 구멍으로 물이 스며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 후 BSS를 공기로 바꾸고, 다시 공기를 실리콘 기름으로 교체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축구선수 생활을 하기는 어렵겠다고 부모님께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실리콘기름을 넣으면 원시가 무려 5디옵터나 생겨서 가까운 것을 볼 수 없다는 점과 나중에 6개월 쯤 지나서 실리콘기름을 제거해야 눈이 보일 텐데, 그것도 망막이 잘 유착되어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리콘기름의 합병증으로 백내장과 녹내장이 잘 생기고, 각막(검은자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흰 띠(띠각막병증)가 생긴다고 설명했지요. 앞으로 넘어야할 고비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축구선수를 못 해도 좋으니 시력만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엄마의 눈물 속에 지금까지 아들을 축구선수가 되도록 오랫동안 힘든 뒷바라지를 했던 아쉬움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안타까움에 제발 이 친구 망막이 다시 잘 붙도록 기도했습니다.
 
한 달 후 검사를 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100개의 구멍이 잘 막혀있고, 너덜거리던 망막도 잘 붙었으며, 안경을 쓰지 않고도 1.0의 정상 시력이 나왔습니다. 근시가 있는 반대쪽 눈보다 시력이 좋았습니다. 물론 나중에 기름을 뺀다면 5디옵터의 심한 근시가 생김을 의미하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6개월이 지나서 실리콘기름을 빼지 못했습니다. 기름이 있는 상태에서 시력이 정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기름을 빼서 5디옵터나 되는 근시를 만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름은 합병증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영원히 눈 속에 둘 수는 없습니다.
 
축구선수도 포기한 이 친구는 전문대학을 진학한 후 수술을 받으러 왔습니다. 군대를 가기 전에 기름을 빼기 원했습니다. 기름을 빼면 심한 근시가 생긴다는 설명을 했는데, 정말 기름을 빼자 심한 근시가 생겼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두꺼운 안경 없이 잘 볼 수 없습니다.
 
수 년 동안 오지 않던 이 친구가 올 해 안과를 찾았습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눈 때문에 보충역으로 군대를 마치고, 학교를 졸업한 후 작은 회사에 취직해 있다고 했습니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이 친구의 표정을 밝았습니다. 축구를 못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눈을 고쳐주셔서 감사하다고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은 이 반가운 친구를 볼 것 같습니다. 조만간 그 친구의 행복한 결혼식에 꼭 가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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