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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6

관리자 | 기사입력 2014/03/10 [12:11]

이성진 교수의 눈 이야기 -106

관리자 | 입력 : 2014/03/10 [12:11]

 
사람의 생명은 너무 고귀해서 치료비가 싸야 한다
 
최근에 행동으로 옮긴 의사들의 투쟁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합니다. 정부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 좋지 않다고. 그러나 의사들은 이런 행동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고 단언합니다. 과연 누가 맞는 걸까요.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의사는 영원히 공공의 적이 되고 맙니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합니다.

우연히 강아지 수술이 사람 수술 보다 비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사람이 강아지보다 못할 수 있냐’며 토론이 시작되었지요. 사람의 수술비는 분명히 강아지 수술비보다 비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미국에서 연수를 할 때 망막전문의를 한 번 보기 위해 700불을 내야했던 환자가 생각났습니다. 그 망막교수는 환자의 가족 안부와 그 동안 눈 증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물어보았고, 힘들지만 잘 이겨내야 한다는 격려의 말을 해 주었으며, 간접검안경으로 망막을 한 번 보고는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후 이 환자는 망막수술을 위해 2만 불을 지불했습니다. 이 환자는 미국의 보험도 들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 정도 선에서 망막전문의를 한 번 보려면 20불입니다. 망막수술을 받는다면 2천불 정도 냅니다. 이러한 수술비의 단순 비교와 생명이 귀하면 수술비가 비싸야 한다는 관점으로만 본다면 미국인은 환자를 아주 귀하게 대하고 있는 것이고,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의 수술비는 분명히 강아지 수술비보다 싸야 한다고요. 만약 사람의 생명이 강아지 수술비보다 귀하다는 것을 의료비용만으로 평가한다면 말입니다. 이 친구의 이론은 이렇습니다. 강아지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보다 귀하지 않다면 치료비가 없어서 죽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고요. 그런데 사람의 생명은 매우 귀해서 치료비가 없어서 죽게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의료비는 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명과 관련이 없는 수술은 비싸도 무방하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성형수술은 생명과 관련이 없으므로 비싸서 수술을 못 받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만약 이 이론이 맞는다면 미국의 의료비는 사람의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일까요?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미국은 고가 의료비 정책을 쓰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무상으로 치료를 해주는 장치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비용의 의료기술은 아무리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질병을 치료하는 수술일지라도, 적용되는 순간 쇠퇴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의사도 가족들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다루는 과목들은 대부분 더 정교한 술기가 요구되며 스트레스가 높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가 의료비 정책을 적용한다면 앞으로 이 과목을 누가 선택할까요?

그러므로 난이도가 높고 조직의 생명을 좌우하는 술기에는 그에 합당한 의료비용을 책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뇌, 심장, 폐, 신장, 소아, 암 등 중요한 의료분야들이 생명을 찾게 됩니다. 힘들게 열심히 일하는 의사들이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되어야 대한민국이 공정해지고 나아가서 국민들이 건강해 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의 생명은 너무 고귀해서 치료비가 싸야 한다는 말은 궤변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 돈 때문에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에는 동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분야에 과감한 투자가 동반되어야겠지요. 의료비 예산을 늘이고, 의료보험을 올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과 적극적이고, 솔직한 소통을 시도해야 합니다.

의료는 생물과도 같아서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건강해질 수도 병약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는 종합예술과도 같아서 단순히 의료지식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이런 의미로 저가 의료비 정책을 주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의사들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신나게 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의사들의 행동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며, 서로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지만 의견이 다른 것이라고 하여 의사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 합니다. 그런 후 서로 좋은 방법을 논의해보아야 합니다. 반면에 의사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허용한 독점 의료행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동시에 여기에 포함된 의무들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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