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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병원산책- 38

| 기사입력 2005/06/27 [10:01]

이수연의 병원산책- 38

| 입력 : 2005/06/27 [10:01]
 

택시기사

 

▲이수연 <이대목동병원 적정진료실 과장>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대전에 갈 일이 있었다.

 

 교통의 요지답게 자체인구에 비해 병상수가 많은 도시이므로 택시기사의 여론몰이가 중요해 보이는 곳이었다.

 

 잘나가는 몇 개의 사립대학병원과 국립대학병원이 공존하는 그곳에서 택시를 타게 된 나는 직업의식(?)이 발동하여 어느 병원이 제일 좋냐는 질문을 해 보았다.

 

 그분의 대답은 이랬다. 국립대학병원은 실력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언지 모르게 틀에 박힌 것 같고 사립대학병원 세 곳중 최근에 개원한 두 곳이 실력은 비슷한 것 같은데 한곳을 더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 병원의 ceo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 병원의 노동조합원들이 파업을 절대 안하는 것을 보니 직원에게 인심이 후한 것 같고  덧붙여서 그 ceo는 바가지를 씌울 것 같지 않다는 택시기사님의 촌평에 낯이 뜨거워졌다.

 

 전국민보험시대에 웬바가지?

나의 질문에 달리는 시사평론가인 택시기사님의 답변은 거의 충격수준이었다.

다른 한곳을 빗대어서 하시는 말씀이 다른데는 검사를 너무 많이 해서 바가지를 씌우는데 여기는 서민을 아는 ceo가 꼭 필요한 검사만 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자기가 직접 들은 것처럼 전해주는 기사님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ceo가 택시기사님들과 친목계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병원의 마켓팅의 타겟 중에 택시기사가 있을법한 것이 택시승강대에 비치된 냉온수기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더운 커피가 아니고 여름날에 시원한 냉수가 기다리는 택시승강대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택시기사는 그곳에 대하여 좋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병원이 자유롭게 선전을 할 수 있는 내년이 되기 전에 우호세력을 얼마나 확보해야 될까가 큰 관심이 되고 있는데 택시기사 말고 대학병원 인근의 개업의들과의‘후송체계’협약도 유행의 큰 트렌드이다.

 

 치료가 끝나면 처음 보내져 온 곳으로 다시 보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개업의들에게 후송체계에 대한 약속보다 치료 중에 환자와의 만남(병동라운딩, 투약 및 검사처방 등)을 체계적으로 주선하여 병상사용개념으로 협약을 해 준다면 개업의들은 앞 다투어 환자를 의뢰할것이고 병원은 바람직한 후송체계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우호세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환자들도 병원은 수술이나 특수검사를 요하는 급성기질환에만 이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의 의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경과관찰을 위한 일반적인 검사를 받는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 좋은 제도가 정착하지 않는 것은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음파검사보다 MRI가 먼저 보험급여가 된 이유는 초음파기기를 개업의들이 많이 갖고 있고 MRI장비는 병원에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정보가 사실처럼 번지는 까닭은 나눔의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의 말이 잘못된 정보이더라도 ceo가 환자의 주머니사정을 챙기는 병원은 나도 단골이 되고 싶다. 어느 조직이든 ceo의 미션이나 비젼이 그 조직을 키울 수도 있고 망가 뜨릴수도 있으니 ceo는 책임경영에 대해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

 

 잘 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 아니다. 잘 되고 못 되는 건 나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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