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를 두고 “과거에는 미용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고 언급하면서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가능성이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탈모 치료 지원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는 탈모를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닌, 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건강 이슈로 바라보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탈모 치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 치료의 한계를 점검하는 동시에 향후 치료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 약물 치료는 ‘기본 축’…진행 억제와 유지에 초점
현재 의료계에서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을 남성형 탈모 치료의 1차적 약물요법으로 분류한다. 이들 약제는 탈모의 진행을 억제하고 모낭 위축을 지연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현재까지 가장 표준화된 치료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탈모 치료제는 새로운 모낭을 생성하기보다는, 호르몬 조절이나 모발 성장 주기 연장을 통해 탈모 진행을 늦추고 기존 모발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조기 치료가 탈모 악화를 유의미하게 지연시킨다는 점은 임상 현장에서 비교적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현행 치료로 회복 어려운 모낭…대안은 있나
다만 약물 치료가 탈모 진행 억제에는 효과적이지만, 이미 손상된 모낭의 회복까지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탈모를 조직 재생의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낭 주변 미세환경 개선과 재생 가능성을 탐구하는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ADSC)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방줄기세포는 모발을 직접 생성하는 세포는 아니다. 대신 모낭 주변 미세환경, 염증 반응, 혈관 신호, 성장인자 분비 등에 관여하며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초기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실험실 결과를 바탕으로, 인체에서도 다른 세포로 직접 분화해 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사람의 몸 안에서 이러한 현상이 명확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줄기세포가 다양한 성장인자를 분비하며 주변 세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며 “이러한 작용이 모낭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결과적으로 모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연구 대상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일반적 탈모는 ‘가늘어짐’…보조 치료로 주목되는 줄기세포
탈모는 유형에 따라 양상이 다르다. 원형탈모나 항암 치료 후 탈모는 모발이 급격히 소실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반면, 가장 흔한 안드로겐성 탈모는 모발이 빠지기보다는 점차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호르몬 영향으로 모낭이 점차 위축되면서 모발 성장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에 착안해, 최근에는 지방줄기세포를 두피에 적용해 모낭 환경을 개선하려는 보조적 시술과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대 의대 피부과 연구진이 원형탈모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지방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한 결과, 6개월 후 19명에서 모발 굵기 개선이 관찰됐다는 보고도 나온 바 있다.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은 “해당 연구는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성장인자들이 혈관내피세포, 섬유아세포 등 주변 조직의 활성을 돕고, 위축된 모낭의 기능 회복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기존 탈모 치료를 보완하는 접근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유지’에서 ‘환경 회복’으로…미래 탈모 치료 방향
최근 지방줄기세포를 활용한 탈모 연구는 염증과 혈류가 악화된 두피 환경에서 모낭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모발 굵기나 밀도 등 객관적·계량적 지표를 중심으로 변화를 평가하고 있다.
이는 탈모 진행 억제에 주력해 온 기존 약물 치료와는 다른 접근이다. 향후 이러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안전성과 근거가 확보될 경우, 기존 치료와 병행되는 새로운 관리 전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원장은 “지방줄기세포 연구는 기존 약물 치료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위축된 모낭이 왜 회복되지 않는지, 또 회복을 가로막는 두피 미세환경 요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려는 흐름에 가깝다”며 “줄기세포 보조 요법이 향후 과학적 근거를 갖춘다면, 탈모 치료는 증상 억제와 유지를 넘어 조직 환경 회복까지 고려하는 다층적 관리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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