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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료 붕괴는 시스템의 실패…제도 설계부터 다시 짜야

“공공의대·공공병원 확충만으로 한계…핀셋형 지원·지역 맞춤형 구조개혁 시급”

윤병기 기자 yoon70@whosaeng.com | 기사입력 2025/11/13 [13:30]

지역의료 붕괴는 시스템의 실패…제도 설계부터 다시 짜야

“공공의대·공공병원 확충만으로 한계…핀셋형 지원·지역 맞춤형 구조개혁 시급”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5/11/13 [13:30]

【후생신보】 수도권 중심의 정책과 불균형한 의료체계로 인한 지역의료 붕괴가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실패’로 진단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회성 대책을 넘어 지역 현실에 맞춘 제도적 재설계와 다층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기협)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학한림원)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해법 모색’을 주제로 제4회 미디어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과 함께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됐다.

 

■ “지역의료 붕괴, 단순한 인력 부족 아닌 시스템의 실패”

 

‘붕괴위기 지역의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조희숙 강원특별자치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강원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은 “지역 병원에는 환자가 없고, 환자에게는 병원이 없다는 역설은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구 감소, 진료량 중심의 수가체계, 의료인력의 수도권 집중이 맞물리며 지역의료가 악순환에 빠졌다”며 “이는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압축 성장기에 설계된 단일 의료체계가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 단장은 “취약지는 시장 논리에 방치돼 고사한 지역으로, 단순한 수가 가산이 아닌 ‘핀셋형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며 “환자의 의료이용체계를 재설계하고 지역의 진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시설·재정의 통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공의대·공공병원만으론 한계…제도적 설계 필요”

 

이어 ‘선진국의 지역의료 정책’을 주제로 발표한 우봉식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주요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선진국들은 재정 인센티브, 지역 의무복무, 임상교육 강화, 비(非)의사 인력 활용, 원격의료 등을 결합한 복합 패키지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의료 수준은 높지만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치료 가능 사망률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공의대나 공공병원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정원제, 원정 진료 지원, 지역 수련 강화 등 현실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전 원장은 “지역의료를 갈등의 소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로의 전환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공공의대, 해법은 아니다…기존 제도와의 비교·보완 필요”

 

박은철 의학한림원 부원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공공의대, 지역의료 살리기 해법인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공공의대는 지역 간 의료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제시되지만, 기존 제도와 비교했을 때 비용·효과·시기 측면에서 효율성이 낮다”고 비판했다.

 

박 부원장은 대안으로 ▲진료권 설정 및 개입 강화 ▲환자이송체계 개선 ▲지방 상급종합병원의 지역의료 책임성 강화 ▲정보지능기술(AI) 활용 등을 제시했다.

 

■ “디지털헬스는 도구일 뿐…의료체계 개혁 병행해야”

 

강동윤 대한예방의학회 총무이사(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디지털헬스와 지역의료’를 주제로 “해외의 원격진료형 모델과 달리, 한국은 인프라가 충분해 ‘데이터 주치의’ 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디지털헬스는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유지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분만·소아·응급 등 필수의료의 공백은 시스템 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지역 맞춤형 공급·시니어 의사 참여·공공의료 협력 강화 필요”

 

2부 패널토론에서는 이영성 의학한림원 정책개발위원장(충북의대 교수), 조승연 전 인천·성남의료원장, 이경수 전 경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이상권 전 전주시의사회 부회장, 박은정 복지부 지역의료혁신과장, 이지현 의기협 부회장 등이 참여해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이영성 위원장은 “병원이 없다고 무작정 병원을 짓는 게 아니라, 중진료권·소진료권 단위별로 부족한 진료과를 정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공급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1명의 전일제 의사보다 다수의 시간제·요일제 의사가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또한 “의료 취약지에는 규제를 완화한 ‘의료서비스 규제 프리존’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연 전 의료원장은 “지역의료 생태계 구축의 핵심은 공공의료기관 강화와 협력체계 확립”이라며 “권역책임의료기관(국립대병원)과 지역책임의료기관(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의 역할 재정립과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의 복지부 이관, 교수 정원 확충, 지방의료원의 경영 정상화, 의사 인력 지원이 지역의료 회복의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지역의료 위기를 단편적 접근이 아닌 ‘제도 설계의 재구성’ 문제로 인식하고, 인력·시설·재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의견을 같이하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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