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의료현장의 만성적 인력난과 업무 과중이 지속되면서 ‘진료지원간호사’ 제도 도입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간호계의 입장 차와 법적 해석의 모호함으로 제도화 논의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자체보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가 ‘업무 포화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진료지원간호사는 비의료적 진료 보조와 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의료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환자 안내, 검사 준비, 의무기록 정리, 진료 전후 관리 등 간접 진료 영역을 담당함으로써 의료진이 본연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의료원, 중소병원 등 인력 확보가 어려운 의료기관에서는 진료지원간호사 도입이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쟁점은 ‘진료지원간호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다. 의료법상 간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조’와 ‘대체’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진료지원간호사 제도가 확대될 경우 의료행위의 무분별한 위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도화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한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명확한 역할 규정을 통해 오히려 의료행위 침범 논란을 줄일 수 있다”며 제도화를 지지하고 있다.
결국 법적 정의와 업무 한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으면 불법 논란과 직역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진료지원간호사 제도의 합리적 정착을 위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업무 범위 명확화, 환자 안내, 진료 준비, 의무기록 입력, 교육 지원 등 ‘비의료적 업무’ 중심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처치, 주사, 투약 등은 명백히 배제해 법적 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법·제도적 근거 마련, 단순한 지침 수준이 아닌, 의료법 또는 하위법령 개정을 통한 명문화가 필요하다. 역할과 책임, 감독 체계, 위임 기준 등을 법령에 반영해 제도적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표준화된 교육·인증체계 구축, 단기간의 병원 내 교육이 아니라, 정부 또는 공인기관이 주관하는 표준 교육과정과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직무 역량의 균질화와 환자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료지원간호사 제도화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진료지원간호사는 의료행위를 대체하는 인력이 아닌, 효율적 진료를 돕는 지원 인력으로 설계될 것”이라며 “의료계와 간호계가 모두 수용 가능한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한 역할 검증 ▲업무 표준 매뉴얼 마련 ▲의료기관별 단계적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지원간호사 제도는 의료서비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제도 설계가 균형을 잃을 경우 직역 갈등과 불법 논란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
제도의 핵심은 “의사 업무의 대체가 아닌 진료 과정의 합리적 지원”이다. 의료계와 간호계가 서로의 우려를 인정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병행될 때 비로소 진료지원간호사는 의료현장의 ‘조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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