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종협의회, “구조전환 큰틀 OK, 세부내용은 글쎄”한승범 회장, “질환 중심 전환 공감…하지만 비바이탈과도 고려됐으면 한다”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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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생신보】“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서도 정부의 상급종합병원(이하 상종)의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3년간 총 10조 원 쏟아 부어 상종을 중증 질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보건복지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
1년에 3.3조 원 씩 3년간 총 10조 원 가량을 투입되는 이번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주요 골자는 일반병실을 10~15% 줄이면서 중증․응급․희귀 질환 비중을 최대 70%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다. 또, 전공의 연속 근무 단축도 시범사업 참여 조건이었다.
11월 1일 현재,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합류한 병원은 총 18곳이다. 이들에게는 선정과 동시에 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3년간 47개 상종에는 한 곳 당 평균 600억 원 정도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중증, 응급질환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다 보니 비바이탈과에 대한 소외 현상이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는 것. 이들 소외 현상은 의료계 발전을 위해 그냥 덥고 가서는 안된다는 지적 없지 않다.
질환 뿐 아니라 환자 리스크 고려된 시범사업 필요
상급종합병원협의회(이하 상종, 한승범 회장, 고대 안암병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짧은 기간에 갑자기 추진됐다는 느낌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승범 회장은 이어 “암 환자는 환영받고 폐렴환자는 환영받지 못하다는 뜻이다”며 “비바이탈과인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이 위축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질환을 중심으로 한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 옳다고 생각하고 더불어 환자의 리스크(고령, 만성질환자 등)까지 고려된 시범사업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힌 것이다.
상종 구조전환이라는 배가 항구를 떠난 만큼 벌써부터 일반병실이 착착 축소되고 있다. 복지부 등 의료계 안팎에 따르면 3년간 감축 목표 일반 병상 중 10% 가량인 1,861배드가 줄었다. 시범사업 시작 1주일 만이다. 전체 감축 병상 수는 1만 8,334배드다.
일반병상 감축은 비바이탈과의 희생으로 획득된 결과물이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상종들은 비바이탈과에 수술 방을 주지 않거나 병실을 주지 않으며 일반병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중증 질환 등은 그 반대다.
“정형외과 오래 전에 끝났다” 상종 구조전환과 관련, 정형외과 한 시니어 교수는 이 같은 극단적인 말도 서슴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그랬는데 이번 일로 상종에서의 정형외과 입지는 더욱 좁아질 질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이 교수는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으로 기존 종병들의 상종 도전이 요원해 졌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백억 원의 지원금이 상종에 ‘팡팡’ 제공,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승범 회장에 따르면 이비인후과학회, 정형외과학회, 성형외과학회 등 비바이탈 학회 등에서는 중증도와 관련한 내용을 복지부와 논의 중에 있다.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이 계층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상종에서 빅5 병원이 존재하는 것과 같이 구조전환 이후에도 이 같은 특정 상위 계층의 병원이 분명히, 더욱 뚜렷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한 회장의 평가다.
암의 경우 전국 환자 대부분이 빅5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상종 구조전환 후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4차 병원’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진 수급도 문제…지방 상종 어려움 더욱 커질 수도
복지부의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의료진 수급 문제와 직결된다. 의료진 수급 문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종 구조전환으로 중증, 응급, 난치성 질환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관련 질환을 다루는 의료진들의 수요 또한 늘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도 없는 의료진들 어디서 어떻게 구하느냐다. 그것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해 그나마 의료진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수도권, 서울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 지방 대학병원에서 수도권, 서울로 올라 오려고 희망하는 의료진들이 없지 않다. 지방 상종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상종 한 관계자는 “서울, 수도권의 경우 지방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가 사람을 뽑으려고 하면 오고 싶어 하는 지방 교수들 적지 않다”며 “우리의 현재 목표는 그나마 있는 ‘집토끼’ 들을 잘 케어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인력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는 펠로우가 전혀 나오지 않는 첫 해가 될 것인데 더욱 문제다”라고 덧붙였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참여 중인 병원 차별 없어야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당초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과 연계해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3병원은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에 참여중인 병원은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3곳이다.
두 시범사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이들 3병원의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 중복 참여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의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 합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 시범사업을 내 팽개치면 된다. 하지만 수많은 토의와 고심 끝에 내려진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핵심 관계자는 “복지부가 두 시범사업을 자연스럽게 쉬프팅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며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 지켜보고 있는 중”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의 시범사업은 외래 환자수를 줄이는 게 목표고 또 다른 시범사업은 일반병실 줄이면서 중증 질환 비중을 높이는 ‘엔드 포인트’가 조금 다른 사업”이라면서도 “상종 구조전환 시범사업으로 참여를 희망한다”며 편치 많은 않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또 따른 삼성서울병원 고위 관계자는 “비슷한 시기에 별반 다르지 않은 정부 정책이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큰 방향은 맞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면서 “학계, 학회, 병원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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