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신보】 “대다수 국민이...국민의 90%가...국민의 62.5%가...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응답률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의료노조 관계자)” “보통 전화조사 응답률은 10% 미만이죠. 특히 응답률조차 표기하지 않았다면 신뢰성은 더 내려갑니다. 숨기는 게 있을 수 있죠.(통계 전문가)”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하는 간호사 등 의료인력 관련 여론조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노조 구성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간호직역과 관련한 여론조사도 적지 않은데, 대부분 간호직역에 유리한 결과라 신뢰성에서 물음표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근래 의료노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1000명을 대상에 유무선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가 대다수다. 온라인 방식도 있지만, 대면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면조사는 여론조사 방식에서 신뢰성이 높은 조사 방식으로 통한다. 반면 유무선 조사 등은 높은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유선 전화와 무선 ARS를 혼용한 한 여론조사는 전체 응답률이 4.6%였지만, 이마저도 통화실패와 통화 중 응답 거절을 결과에 포함하니 실제 응답률은 1%대로 파악된 바 있다. 전문가들이 유무선 조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물론 전화조사 방식은 많은 여론조사에서 채택한다. 비용과 시간 등의 제약 탓이다. 한 통계 전문가는 “오늘날 여론조사 상당수는 전화”라면서도 “결과를 잘 신뢰하지는 않는다”며 편향성과 낮은 응답률을 이유로 언급했다.
노조가 5월 10일(오늘) 발표한 여론조사는 유무선 전화방식이다. 하지만 조사결과에서는 응답한 비율을 가리키는 응답률조차 표기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의뢰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응답률은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의뢰한 기관이 응답률도 모른 채 결과를 발표한 셈이다.
통계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신뢰도 측정에 중요한 지표라고 입을 모은다. “응답률을 표기하지 않았을 때는 숨기는 게 있을 수 있다. 특히 조사한 입장에서도 이게 정확하다고 자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의료노조가 수행한 여론조사 상당수는 유무선 통화 방식에 응답률 표기조차 되지 않아 신뢰성은 높지 않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전화 조사의 의미가 없진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응답률 등 조사 결과를 면밀하게 다 공개한다는 전제에서다.
전문가들은 일부 정보를 누락하고 공개하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의료계 “노조는 간협 산하단체…편향성”
의료계는 의료노조가 진행하는 여론조사가 편향적이라고 판단한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객관성 결여를 주요 문제로 꼽았다. 김이연 의협 이사는 우선 "의료노조는 간호협회와 굉장히 밀착된 단체다. 사실상 간협 산하 단체처럼 간주를 하고 있다.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직역이나 단체가 빠진 상태기 때문에 보건의료 직역을 대변하지 단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설문 문항의 객관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치권 설문조사도 신뢰성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의료노조의 설문조사는 객관적이지도, 여론의 대표성을 띈다고도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론조사 시 질문자가 응답자에게 특정 답변을 유도할 여지가 있는 질문인지가 신뢰도의 중요 척도다. 이날 조사결과에는 구체적인 질문 내용이 담기지 않아 설문 문항의 객관성을 판단키 어려웠다.
김동석 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특정 직역에 유리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도, 국민의 여론도 아니"라며 "아무 의미가 없는 조사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노조의 설문 결과는 조사 의뢰자인 보건의료노조에 유리하게 도출된 것처럼 보인다.
우선 간호사 역할 범위 확대는 86% 국민이 동의한 것으로 표기했다. 간호사 핵심필수인력 규정 역시 국민 80%가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간호사 1명의 담당 환자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 역시 90%에 육박했다.
조사 결과로만 보면, 국민은 간호사 관련 법 조항 개정을 찬성하고, 의사와 간호사의 임금 격차가 축소되길 바라며, 힘든 간호사의 야간 교대 근무 역시 개선하길 희망했다. 간호직역에 불리한 결과는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표본이 1000명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 의견을 대변하는 게 맞냐는 물음도 나온다.
의료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현황 확충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역시 유무선 방식으로 1000명에게 진행했다. 노조는 해당 조사를 대국민 여론조사로 규정하고, 해당 결과를 근거로 국민 상당수가 의대 정원 확대와 법정 적정의료인력 기준 마련 등에 찬성한다는 발표자료를 내놨다.
이와 관련 김동욱 경상국립대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1000명에게 진행한 전화 조사로는 (신뢰성 문제도 있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뉘앙스의 내용을 발표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후생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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