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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의 병원산책 -27

| 기사입력 2005/04/03 [10:51]

이수연의 병원산책 -27

| 입력 : 2005/04/03 [10:51]
 

드라마를 즐기는재미


 지난 주에 주말드라마 <토지>의 빛나는 조연 홍씨부인이 죽었다. 악의 화신으로 주인공을 끝없이 괴롭히고 속이는 나쁜 사람의 표준인 그녀(탤런트 도지원분)의 악역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이번에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좋았다.

 

 솔직하게 홍씨부인의 가증스러운 악역연기를 보려고 <토지>의 방영을 기다렸던 즐거움이 없어졌다.

 

 바람둥이 남편이 범한 계집종에게 마저 시샘을 부리는 포악한 여편네가 그 남편이 경제력을 잃자 이혼을 감행한 것도 악녀의 표준이 되겠다.

 

 남은 재물을 요강단지에 숨겨두고 한번씩 내어보는 재미를 즐기면서도 몸종의 품삯은 몇 개월씩 떼어먹는 그녀의 종말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었다.

 

 죽어가고 있는 그녀를 방치한 채 악담을 대놓고 퍼붓는 몸종이나 남편이었던 조준구가 그녀의 버선목에 감춰진 땅문서를 채어서 달아난 것도 권선징악의 모범적 결과이다.


 <콩쥐팥쥐>, <장화홍련>, <일곱 난장이와 숲속의 공주>등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중심으로 한 동화를 즐기며 자라난 어른들은 드라마 속에서도 선과 악을 양분하여야만 직성이 풀린다.


 악한 자가 잘 되는 드라마의 종말은 없다. 표현의 경중이 다를 뿐.

드라마를 보면서 홍씨부인의 종말이 언제쯤인지 가늠하는 즐거움이 다 하였으니 이제 <토지>도 그만 볼까 보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악인의 모델을 잘 설정해야만 한다. 이쪽 말을 들으니 이쪽 말이 옳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옳다는 두리뭉실한 이야기의 설정은 잘 먹히지 않는다.

 

 커피둘, 설탕둘, 프림둘의 진한 맛을 즐기는 보통사람들은 악인의 최후가 비참 할수록 재미가 있어 한다

 

 내가 20대에 다니던 직장에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태양 같았던 선배가 있었다.

 

 그의 핵우산 속에 있어야만 직장생활이 편할 것 같다는 직관은 있었지만 나는 그의 라인이 될 수는 없었다. 학연이나 지연마저도.

 

 그는 보스기질이 있어서 자기라인을 잘 챙겼고 그 라인이 아닌 나는 찬밥이 되어가는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도지원보다 훨씬 도도하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았던 그가  요즘 힘들다는 최근 소식을 접하면서 드라마가 틀린 얘기는 안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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