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영 교수(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후생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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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DC(Banting and Best Diabetes Centre)는 토론토대학의 세계적인 당뇨병 연구기관으로,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1년 Frederick Banting과 Charles Best를 필두로 한 연구진이 당뇨병의 핵심치료제인 인슐린을 발견하였다.
인슐린 발견 100주년이 되는 올해 EOPatch가 출시된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슐린은 Frederick Banting과 Charles Best에 의해 1922년 처음 분리되었고, 그 다음해인 1923년부터는 환자에게 주입되어 사용되었으며, 이후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돼지(porcine) 인슐린을 효소 처리하여 인간 인슐린과 구조가 똑같은 인간 단일성분 인슐린(human MC insulin)이 사용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반감기가 짧은 인슐린에서 긴 인슐린으로 제형 뿐만 아니라 주사기에서 펜형으로 전달 시스템도 개선되었다. 또한, 당뇨병 관련 치료기기도 인슐린 펌프와 함께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처럼 인슐린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사람 인슐린과 똑같이 작용할 수 있는 제형, 그리고 인슐린이 체내로 잘 주입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달기기(예:인슐린 펌프), 주입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는지 측정하는 모니터링의 3요소가 중요하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상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 시점은 더 큰 비약적인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1. 국내 당뇨병 치료 현황(Diabetes Fact Sheet)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근 9년간의 당뇨병 유병률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30세 이상 성인의 12~15%가 당뇨병 환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슐린과 함께 당뇨병 치료제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학의 발전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악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이로 인해 당뇨병 관리와 치료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이상지질혈증이나 고혈압과는 별도로 당뇨병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질환은 조절률이 상승하고 있으나 당뇨병은 조절이 잘 안되고 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7년간의 당뇨병 조절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9년 기준 HbA1c 6.5% 이상으로 혈당조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당뇨인의 비율은 약 75%에 육박한다.
다양한 최신 치료방법이 도입되었으나 목표혈당 도달률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또한 치료방법 중 하나인 인슐린 사용은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10% 미만에 불과한데 비해, 전세계적으로는 25%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인슐린 사용률이 혈당조절률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치료제를 적절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인슐린 사용과 관련된 두려움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2. 인슐린 치료의 문제점과 요구사항
현재 사용중인 인슐린 치료법은 순응도가 낮다. 사용자 4명 중 3명은 바쁨, 여행, 주사시간을 잊어버림, 복잡한 사용법 등의 이유로 환자가 인슐린을 처방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환자 3명 중 1명은 지난 한달 동안 1일 이상 인슐린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저혈당을 경험한 환자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인슐린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 이 외에도 불규칙한 식사, 외식, 사람들 앞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기 어려움 등의 이유로 혈당관리가 어려워진다.
꾸준하게 약을 복용하는 것도 어려운데, 시간에 맞춰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은 환자들에게 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실제 생활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외출, 주말여행, 외식 등과 같은 생활의 변동성이 많은데, 실제 치료에서는 이러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사회적 인식 부족도 문제이다. 혈당조절과 관련해 실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10%가 되지 않는다. 본인이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할 시간에 음식을 먹는 등 여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연한 주사시간에 대한 환자들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즉, 환자의 66.7%에서 인슐린 치료가 자신의 삶을 간섭하고 있고, 그에 따라 약 80%는 자신의 일상에 맞추어 인슐린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인슐린은 한 번 맞기 시작하면 절대 중단할 수 없다는 잘못된 선입견 뿐만 아니라 인슐린 주사와 관련해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비를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인슐린 치료에 따른 문제가 많다.
또한, 이와 관련된 좋지 않은 경험은 결국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겠다고 하는 단호한 결심에 이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미충족 요구는 결국 치료 순응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환경과 상황 뿐만 아니라 제도까지 변화되어야 한다.
3. 기술의 발달을 통한 이상적인 인슐린 치료
내분비내과에서는 매년 1월 Diabetes Care 학술지의 부록(Supplement)으로 발표되는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Diabetes Technology라는 새로운 챕터가 발표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은 당뇨병 관리에서 필수적인 요인이 되었으며,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COVID-19 상황에서도 업데이트가 신속하게 발표되었을 만큼 앞으로 기술 관련 영역은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관점에서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기(GCM)는 당뇨병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 삶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슐린 요법은 가장 효과적인 당뇨병 치료방법으로, 문제 없이 정확하게 잘 투여된다면 기존 약물 치료제와 달리 혈강감소 효과에 제한이 없다. 서구권에 비해 우리나라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이 많은데, 이미 당뇨병 진단이 이뤄진 후에는 췌장 베타세포의 2/3가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뇨병 초기단계부터 베타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진료지침에서는 당화혈색소(HbA1c) 9% 이상이면 초기단계라고 하더라도 인슐린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1차 병원에서 인슐린 치료는 경험이 부족하며,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관리 환경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경구제 복용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치료실패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고혈당과 함께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음, 다갈, 다뇨)을 보인다는 것은 병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인슐린 치료를 바로 시작해야 하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조기 집중적인 혈당조절이 잘 이뤄지면, 미세혈관 합병증 및 대혈관 합병증 예방으로 인한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인슐린 펌프나 GCM과 함께 요즘에는 자가관리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 및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의 활용 및 관리 서비스에 대해서도 보험적용이 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더 빠르게 이 분야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 즉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치료에 대한 개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로 실제 경험한 예를 들면 삼성화재 가입자 중 당뇨병이 발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혈당(HbA1c), 운동, 식사 등과 같은 혈당관리 요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후, 한 그룹에게는 기본적인 교육 후 기존의 전통적인 관리방법 대로 치료를 하였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기본적인 교육 후 디지털 헬스케어를 시행하였다.
3개월 경과시점에서는 두 군 모두 혈당이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나 6개월 경과시점에서 전통적인 관리방법군은 다시 혈당이 상승하였으나 디지털 헬스케어군은 감소한 혈당이 그대로 유지되어 결국 HbA1c 0.6% 정도, 경구 혈당강하제 1개에 해당하는 혈강강하 효과의 차이를 보였다.
이후 전통적인 관리방법군 중 일부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자 다시 혈당이 0.6%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개선에 도움이 되며, 잘 설계된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6개월간 습관을 잘 들이면 결국 자기관리 능력이 생겨서 지속적인 유지도 가능하게 되므로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혈당관리는 CGM이나 인슐린 펌프 뿐만 아니라 자가관리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인슐린 치료의 복잡성과 치료 순응도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요구됨에 따라 융합 및 통합된 방식으로 디지털 의료기기가 상호 영향을 주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전에도 인슐린 펌프가 있었지만, 인슐린 주사와 비교해 당화혈색소에서는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CGM과 연계로 인해 혈당조절의 유의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사용 편의성 개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즉, 인슐린 펜과 혈당계를 사용했던 과거에는 자주 바늘을 삽입해야 하는 고통과 함께 일상생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고, 인슐린 펌프와 CGM으로 정밀한 혈당관리는 가능해졌으나 기기를 벨트 등에 차고 주입선을 복부로 연결하면서 주입선 꼬임과 같은 관리의 불편함, 샤워 및 수영 시에는 펌프를 분리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기술의 발달로 소형/경량화된 패치형 펌프가 개발되고 별도의 주입선이 없어지면서 샤워 및 수영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으로 인해 인공 췌장에 가깝도록 기능할 수 있게 되었고 블루투스로 혈당조절 이력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 의료기기는 사용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결국 이상적인 인슐린 치료를 위해서는 첫째, 질적인 혈당조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과거에는 공복혈당, 식후혈당, HbA1c 개선과 같이 특정 시점에서의 혈당 개선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지속적인 변동에 대한 합’의 개념으로써 한 시점에서의 혈당이 아니라 적정혈당 유지시간(time-in range, TIR)의 개념이 중시되고 있으며, TIR 및 합병증에 관한 논문이 다수 발표되면서 뒷받침하는 근거도 강화되고 있다.
둘째, 혈당 및 인슐린 용량, 투약이력 모니터링이 가능한 쉽고 편리한 당뇨병 통합관리 구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 융합이 요구되고 있으며, 인슐린 펜에도 스마트 기술이 적용되어 언제 몇 단위를 투여했는지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정된 주사시간 개선을 통한 사용 편의성 증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주사횟수 감소 및 사용상의 편리성을 개선한 인슐린 주입 솔루션(예:인슐린 펌프)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인슐린 제형은 크게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제는 효율적인 인슐린 전달 및 혈당 모니터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이 접목되었을 때 TIR 개선 및 저혈당과 관련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 박철영 교수(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