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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센병 여전히 발생중… 지속적 관심 기울여야

27일 '세계한센병의 날' 한센병 지금도 지속
성 라자로마을 장정숙 할머니 “고령화 한센인 지원 대책 마련되야”

윤병기 기자 | 기사입력 2020/01/28 [10:41]

국내 한센병 여전히 발생중… 지속적 관심 기울여야

27일 '세계한센병의 날' 한센병 지금도 지속
성 라자로마을 장정숙 할머니 “고령화 한센인 지원 대책 마련되야”

윤병기 기자 | 입력 : 2020/01/28 [10:41]

【후생신보】 “꽃보다 예쁜 열다섯 어린 나이에 한센병에 걸렸어요. 그리고 강산이 일곱 번 바뀌었네요. 70년이 흘렀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던 그 때 그 심정은 잊혀지지 않아요. 말도 못하죠.”

 

한센인 장정숙 할머니(85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27세계한센병의 날을 맞아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성 라자로마을을 찾아 한센인으로서의 삶을 들어봤다.

 

 

성 라자로 마을은 무의탁 한센인들의 치료와 치유된 환자들의 사회복귀 및 자활을 마련해 주고자 195062일에 설립된 한국 천주교 최초의 구라사업(救癩事業) 기관으로, 이경재 신부가 초대 원장으로 취임해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노약한 한센병 병력자 25명이 라자로돕기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요양하며 생활하고 있다.

 

장정숙 할머니는 성 라자로 마을이 생긴 그 해, 열다섯의 나이로 이 곳을 찾았다.

 

70년전 어느날 얼굴이 붓고 결절이 생겨 병원을 찾은 장정숙 할머니는 나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었다. 그리고 한센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성 라자로 마을은 장정숙 할머니에게 새 집이 되어줬고 가족이 되어 줬다.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도 갖게 됐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성 라자로 마을 밖의 온도는 차가웠다. 증세가 심하지 않았던 장정숙 할머니는 성 라자로 마을 밑에서 남편과 흙벽돌을 찍어 집을 짓고 닭과 돼지를 키우며 어렵게 자활을 시작했다.

 

노동과 추위는 조금씩 손가락 끝을 뭉그러지게 했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며 딸과 아들을 키웠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은 견디기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한센병 환자를 만나는 걸 싫어했어요. 성 라자로 마을 아래로 내려가지도 못했어요. 인근에서 장날이 열려도 사람들이 많이 꺼려서 갈 엄두를 못냈어요. 이렇게 생겼다는 자격지심도 있었고요.”

 

그런 장 할머니에게 성 라자로 마을은 도피처가 아닌 안식처가 되어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와 각계의 노력으로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많이 없어졌다.

 

지금은 한센인이 살기 참 좋아졌어요. 소풍도 다닐 수 있고 예전과 달리 여행도 마음 편히 다니면서 식당에도 눈치 안보고 들어갈 수 있어요. 한달에 한번은 장터에 구경도 가요. 지금은 한센인으로 살면서 불편한 게 없을 정도에요.”

 

무엇보다 성 자라로 마을에서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장정숙 할머니는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에요. 예전에는 한센인이 아파도 받아주지 않는 병원이 많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성 라자로 마을 안에 진료실을 만들고 의사를 초빙해 치료받아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한센병과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욱 폭 넓어지기를 소망했다.

 

장정숙 할머니는 동네 상점에서도 잘 대해주고 가끔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러 다녀요. 세상이 달라졌다고 느낄 정도에요.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한센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우리나라 한센인 상당수는 고령자에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죄도 없이 한평생 힘겹게 살아오신 분들이에요. 사회적 인식이 더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바람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센병은 한센균에 의하여 전파되는 감염병으로,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 안면기형과 신경손상이 생기며 손, 발 부위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한센인은 사회의 극한 편견과 차별 속에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때 발견해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그러나 진단 시기가 지연되고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 안면기형과 신경손상이 생긴다. 특히 손, 발 부위에 신경마비가 진행되면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센병의 치료는 끝났다 해도 장애 때문에 사회복귀가 힘들어 지속적인 치료와 보호가 필요하다.

 

30년 전 한센병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도입된 뒤 세계적으로 한센병 유병률은 크게 줄었다. 2000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 수가 인구 1만 명 당 1명 이하로 줄어 이젠 더 이상 공중보건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부분 나라에서 이 질병을 억제하기 위한 정치적, 재정적 노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실제 한센병 발생 수보다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환자 수는 훨씬 적다. 그리고 새로 진단된 한센병 환자의 수는 15세 미만의 어린이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연간 20만 명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직도 한센병이 전파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과거 한센인은 격리의 대상이었다. 1916년 조선의 한센인들 6천명은 소록도에 강제수용돼 최소한의 인권도 자유도 보장 받지 못한 채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야 했으며 심지어 유전질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조선총독부가 소록도 내에 지은 자혜의원에서 강제로 단종(斷種)까지 받아야 했다. 이후에도 한센인들은 문둥이로 불리면서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가톨릭을 비롯한 종교계의 지원에 힘입어 한센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련된 교육과 계몽사업이 꾸준히 펼쳐지고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사업이 이뤄지면서, 한센병에 대한 전통적 기피심과 편견이 크게 줄어들고, 한센인들의 사회적 활동도 늘어나게 됐다.

 

27일은 세계 한센병의 날이다. 이 날은 1954년 프랑스의 자선가이자 작가인 리올 폴레로가 편견이 심한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높이고, 또 이 병은 쉽게 예방되고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릴 목적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 한국한센복지협회, 여러 한센사업 관계기관 등의 노력으로 신규 한센사업대상자의 수는 현저히 감소하였지만 여전히 매년 10명 내외의 신규 대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센병 유병률이 높은 국가에서 온 이주 근로자 중 한센병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체 사업대상자의 평균연령이 2018년 말 78세를 상회하는 고령화와 더불어 한센병에 의한 장애에 대해 제공해야 할 의료서비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따라서 한센병 치료와 예방에 보다 촘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의료기관 협력 한센병 진단사업, 한센인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 운영, 새로운 진단법 연구·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된다. 또 한센병 장애인을 위한 재활수술, 보장구 지원 등 다양한 의료복지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추진되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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